EU 제재 경고에도 강행…나토 동맹국간 알력에 우려 고조
동지중해 영유권 분쟁에서 공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터키가 유럽연합(EU)의 제재 경고에도 그리스, 키프로스와 영유권 분쟁을 빚는 동지중해 해역에서 자원 탐사를 재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터키 해군은 11일(현지시간) 해양조사선인 오루츠 레이스가 이날부터 22일까지 동지중해 분쟁 수역에서 지질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터키 해군은 아타만, 젠기즈 등 다른 두 선박도 오루츠 레이스와 함께 그리스 카스텔로리조 섬 남쪽을 포함한 해역에서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와 터키는 천연가스를 비롯한 화석연료 자원이 매장된 동지중해에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양국 갈등은 터키가 그리스와 EU의 거듭된 반대에도 지난 8월 10일 오루츠 레이스와 군함들을 분쟁 수역에 보내면서 격화했다.
이후 두 국가는 키프로스와 그리스 크레타섬 사이에 있는 이 수역에서 지난 공군, 해군 훈련을 강행해 긴장도를 높이기도 했다.
터키와 그리스의 갈등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동맹국 간의 불화인 터라 EU와 미국 등 서방의 큰 우려를 사고 있다.
그리스와 터키의 외교장관은 지난주 회동에서 분쟁 해소를 위해 양자 대화를 열기로 합의했다.
터키 정부는 지난달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외교적 해법을 시도해본다며 오루츠 레이스를 분쟁 수역에서 철수시켰다.
EU는 정상회의가 끝난 뒤 그리스, 키프로스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해역에서 터키가 불법적인 시추와 에너지 탐사를 계속하면 터키에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루츠 레이스가 조사하고 있는 해역은 EU 회원국들인 그리스와 키프로스가 주장하는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겹친다.
터키 정부는 EU와 터키의 관계가 악화할 것이라며 EU의 제재 경고에 반발했다.
독일을 비롯해 EU의 대외정책을 주도하는 주요 회원국들은 터키를 제재하는 방안을 두고 우려가 작지 않다.
터키가 중동에서 유럽으로 오는 난민과 경제적 이주민들을 붙잡아두는 완충지대 역할을 하면서 유럽과의 갈등이 커질 때면 국경통제를 포기할 수 있다고 수시로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