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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회 행사 소개

Friends Having Picnic

춘계야유회 :

따사한 봄 어느 날에

   해마다 봄이 오면 에비아 섬의 스테니 계곡 등으로 가족을 동반하여 야유회를 떠나 회원 상호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이 스테니 계곡은 일명 ‘에비아의 스위스’라고 할 만큼 삼림이 우거져 있고 또한 물이 좋은 곳이다.  

   거기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무엇보다 고사리가 이 산과 저 산에 지천에 피어난다는 점이다.  고사리야 그리스 여러 지역에 분포하고 있지만 이곳 고사리는 실하기가 그지없다. 물 좋은 계곡에서 놀이 등을 즐긴 후에 점심을 먹곤 «고사리 따기 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과장하여 팔뚝 만한 고사리가 지천에 고개를 들고 따 가라고, 따 가라고 소리치고 있다.

   대체로 이곳에 소풍을 올 때마다 감사하게도 한국인 여행사들이 차량을 제공하고 있다. 가끔 버스로 이동하면서 농담도 곁들인 역사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도 한다.

추계 체육대회 :

실한 가을 한날에

   ‘체력은 국력이다’라는 말은 어린 시절 운동장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구령 소리에 맞춰 팔다리를 흔들고 몸을 움직이며 노상 듣던 말이다. 못 먹고 못 입던 시절에 몸이 튼튼하다고 나라가 강해지나? 어린 나이에도 그런 의문이 들었었다. 하지만 이 말은 지금 와서 생각해 보아도 어느 정도는 수긍되는 말이다.  

   그리스 알고스 지방에 살던 쌍둥이 형제 클레비오스 그리고 비토나스(비톤) 형제의 어머니를 향한 지극한 효성은 애당초 체력이 뒤 바침 되지 않고서야 나올 수 없는 이야기가 아니던가.  운동장에 함께 모여 가끔씩 이긴 하지만, 국민체조에 맞춰 팔다리 그리고 때론 목까지 억지로 허우적거리며 하는 동작들이 이제는 허수아비 같아 아주 우습기도 하지만 살갑게 느껴지는 것은 또 무슨 이유란 말인가.  

   ‘‘허-참, 아이고, 워-메, 나 죽것다, 에라-이, 아-’’ 누구랄 것도 없이 순서도 없이 터져 나오는 우리네 신음소리에 서로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한결 부드러워 지는 체육대회다.  

   날이 갈수록 이런 저런 운동에 참여하는 횟수가 줄어 들긴 하지만 그래도 해마다 열리는 한인 체육대회는 숨 쉬는 운동 다음으로 우리들 마음에 있는 반가운 운동이다. 천고마비의 계절에 독서만큼 참여를 권장해야 할 운동이다. 

이륙하는 주자
선셋 스카이 다이빙

송년회 :

마지막달 어느 저녁에

   ‘묵은 해는 보낸다’는 송년, 결국 시간의 흐름을 말하는 것이 아니던가. 가끔씩 시간이 흐른다는 말을 생각해 보고 되뇌어 본다     정말 시간은 있는 것인가?  흐른다는 것은 운동을 말하는 것이고 ‘운동은 정지된 동작의 연속동작이다’라고 한다면 결국은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연속동작이, 그 처절한 몸부림이 송년이다. 그러기에 한인회 송년모임은 귀중하고 귀중하다.  

   이 땅에 외국인과 나그네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만남이고 헤어짐이고 다짐이기에 귀하다.  누가, 그 누가 우리네 인생을 대신 살아주고 또 이 귀한 시간들을, 이 귀한 만남을 소홀히 할 수 있고 등한히 할 수 있단 말인가?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 주름 하나 더 생긴 것 같아 때론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런들 대수인가?  함께 늙어 간다는 것도 복된 일이 아니겠는가, 부모형제 이역만리에 두고 온 죄인 아닌 죄인들이 함께 모여 희미한 고향을 이야기 하고, 디오니소스의 선물을 털어 넣듯 포도주 한 잔 우리네 붉은 고개로 삼켜 버리고, 가슴 한 켠에 자리한 설움도 털어 내는 우리들의 자리, 한인회의 송년자리는 살가운 자리다.  

   거기에 때때로 우리네 음악을 곁들이고 춤사위를 허공에 던지듯 풀어내고, 맛깔스러운 고운 한복의 자태가 더해지면 오늘 이 자리에서 포도주 한잔 걸치는 것이 그리 추태는 아닌 것 같아 내심 안심이 되는 자리가 바로 우리네 송년회다.  

   누구는 한국 행 비행기 티켓을 손에 넣으려고, 누구는 65인치 바보상자 얻겠다고 끝까지 버티고 앉아 기다리지만, 행운의 여신은 이미 다른 테이블에 자리하고 내게는 ‘안녕’이라 인사한다.  그래도 그 인사가 밉진 않다. 우리 모두에게는 또 다른 송년의 밤이 있기에 그리고 그 밤은 한인회가 있는 한 여기에 계속 있을 것이기에 티켓을 손에 쥐고 파안대소하는 한인 회원을 바라보며 오늘도 조금은 부러움의 미소를 담아 보내며 속으로, ‘내년에는 앗 따 내를 뽑아 주이소...’ 하고 살며시 외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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