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인 두 나라, '에게해' 상표 등록 놓고 충돌
튀르키예 관광 홍보 캠페인 구호 '튀르키예 에게해'[카티메리니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그리스가 '앙숙' 튀르키예(터키)의 '에게해' 상표 사용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 로펌을 고용했다.
그리스 정부가 미국 워싱턴DC 소재 로펌 '스텝토 앤 존슨'과 계약했다고 현지 일간지 카티메리니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는 '스텝토 앤 존슨'이 무역 및 국경 분쟁과 관련한 복잡한 법적 소송을 승소로 이끈 경험이 많다고 소개했다.
튀르키예는 2021년 7월 유럽연합지식재산청(EUIPO)에 '튀르키예 에게해(Turkaegean)' 상표 등록을 신청했고, 같은 해 12월 EUIPO 승인을 받았다.
튀르키예는 지난해 여름부터 관광 캠페인에 '튀르키예 에게해' 용어를 사용해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뒤늦게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그리스에선 "튀르키예가 우리 바다와 역사를 빼앗아 갔다"는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스 출신 마르가리티스 시나스 유럽연합(EU) 집행위 부위원장은 "튀르키예가 '튀르키예 에게해' 상표 등록을 신청했다는 사실을 EU가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등록 승인 결정이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게해는 지중해에서 그리스와 튀르키예 사이에 놓여 있는 바다를 가리킨다.
1차 세계대전 종전 후 승전국이 된 그리스는 1923년 로잔 조약으로 에게해 섬 대부분을 차지했다.
튀르키예 코앞에 있는 섬까지 그리스 영토가 되면서 에게해는 양국 사이 갈등의 씨앗이 됐다.
양국은 에게해 섬 영유권과 영공 침범, 지중해 자원 탐사 등 여러 문제를 놓고 수십 년째 마찰을 빚었고, 지난 반세기 동안 전쟁 직전까지 갔던 적도 세 차례나 된다.
튀르키예는 관광 홍보 캠페인용 구호로 사용하기 위해 '튀르키예 에게해' 상표 등록을 했다는 입장이나 그리스는 튀르키예가 에게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려는 정치적인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본다.
그리스는 미국 로펌의 법적 조력을 받는 등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튀르키예 에게해' 상표 사용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튀르키예는 미국 특허청(USPTO)에도 '튀르키예 에게해' 상표 등록을 신청했는데, 이에 대한 최종 결정은 2025년에야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고 카티메리니는 전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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