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과 나눔

평안하시길 빕니다.

지난 토요일 저희 집 인근 거리 시장 판매대에 배추가 올 해 처음으로 등판하고 지나가는 이들에게 온 몸으로 사가라고 손짓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사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우리네처럼 김장을 하진 않으니까요.

저희 동네 거리 시장은 화요일에 열리는데 다음주에는 홍시가 나온다고 생산자 겸 판매자가 지나가는 제게 묻지도 않았는데 큰 소리로 주절거렸습니다.

그 동안 홍시를 짝으로 사다 날랐으니 고객 확보 차원에서 알려 주신 게지요.

‘홍시’ 하면, 제게는 남진 씨의 노래가 떠오르기 보다는 저희 선친께서 워낙 홍시를 좋아하셨기에 저도 모르게 부친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 지곤 합니다.

배추나 홍시, 모두 가을의 산물들이지요. 고국에서 들려지는 소식에 의하면 올해의 김장은 김장이 아니라 ‘금장’이라고 합니다.  모든 물가가 껑충 올라서 또한 김장에 들어가는 재료들의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그런가 봅니다.

지난 3월에는 땅 덩어리 큰 이웃 나라에서 알몸 절임을 해대서 만인의 공분을 일으키고 또 김치 공정까지 외쳐 댔으니 차제에 우리라도 확실한 김치의 본 떼를 보여야 되겠습니다. 하여 배추도 저렴한 것들은 내려 놓고 한국산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고추도 한국에서 공수해 온 것으로 비벼 대고자 합니다.

이러한 때에 재 그리스 한인회에서는 아래와 같이 «김장과 나눔»이라는 슬로건으로 함께 모여 김장을 하면서 간만에 서로 정담을 나누고 또한 함께 수육을 갓 버무린 김치에 살포시 얹어 붉은 고개로 넘기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함께 버무린 김장 김치는 그 날 식사 후에 서로 나누고자(또한 싸 가고자) 합니다.

* 일시: 2021년 11월 21일(일요일) 14:00

* 장소: SEOUL HOUSE (서울식당)

(Zisimopoulou 40, Paleo Faliro,  Tel. 21 1012 3458, 693 941 3715)

* 참가 신청: 재 그리스 한인회 홈페이지(www.grhanin.com)

* 신청기간: 2021년 11월7일(일) – 2021년 11월 16일(화)

* 준비물: 고무장갑, 앞 치마 그리고 버무릴 열정